프랑스 파리서 페미사이드 중단 시위 벌어져
프랑스 시민들이 시위하는 모습(출처=인터폴뉴스)
[인터폴 뉴스] 프랑스에서 페미사이드(여성 혐오 살인) 사건이 급증하자 파리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등 정부에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는 페미사이드 중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페미사이드를 멈춰라', '세상은 살아있는 여성을 필요로 한다'고 적힌 피켓 등을 들고 정부에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인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스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페미사이드 사망자는 74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 때문에 74초간 침묵하는 침묵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지난 6년간 페미사이드로 인한 여성 사망자는 3일당 한 명꼴, 2016년에는 123명, 2017년에는 130명, 지난해에는 107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2015년에는 유럽에서 여성 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 중 하나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출처=페이스북 캡처)
페미사이드로 인해 시위가 발생하자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7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 여성 50여 명을 호명하고, 정부 차원에서 희생된 여성들을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어 “내일 장관이 대책을 발표할 것이고, 해결책은 이미 존재한다”고 밝히며 간접적으로 시위를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7일, 프랑스 양성평등 장관 마를렌 시아파는 언론사의 인터뷰를 통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9월 3일부터 11월 25일까지 대대적인 가정 폭력 근절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SNS상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안일하다’는 의견이 가득하며,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한 여성단체는 “이날에도 파리 근교 이블린에서 여성 한 명이 살해당했다”며 “마크롱 대통령은 문제 해결을 위해 9월 3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생각하는가”라고 비판했다.
2017년 10월, 멕시코 출신의 영화배우 셀마 헤이엑이 유명 영화감독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을 폭로하기 위해 SNS에 해시태그(#MeToo)를 달아 글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는 한동안 ‘미투 운동’이 유행이었다.
이후 데이트폭력 등 성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며, 전 세계적으로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한 문제 인식이 상향되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페미사이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국가 중 하나로써, 그간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소홀했으며, 시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였다.
그리고 정부의 허점은 여기서 드러난다.
마크롱 정부는 시민들에게 “9월부터 시행하겠다”라는 답변을 내놓았으나, 시민들은 정부에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한 시민들에게 “해결책이 이미 존재한다”는 답변과 2달 뒤에나 시행되는 정책은 불난 데 기름을 들이붓는 격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마크롱 정부가 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현 정부의 태도는 정부와 시민 양측에게 독이 된다.
시민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책에 내성이 생긴 지 오래이며, 마크롱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진 지 오래다.
‘미투 운동’이 발발하고 2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성차별 문제와 데이트폭력 등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며, 개선해나가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며,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마크롱 정부의 대책은 ‘빠른 대처’가 아니라 ‘성급한 대처’라 볼 수 있다.
마크롱 정부는 시민들의 거센 반응에 ‘돌려막기’식 대책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