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금이다“ 녹취의 법적효력에 대하여

기사입력 2020.08.26 13:24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침묵은 금이다“ 녹취의 법적효력에 대하여(정준영 BLN/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US)


1. ”변호사님, 제가 통화 녹취했는데 이거 증거자료로 고소하거나 돈 받을 수 있죠?“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난리입니다. 이 바이러스에 대한 것 때문에 제 일상도 코로나 사태 전과 후로 나뉠 정도로 크게 바뀐 것 같습니다. 비단 저만의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코로나 19사태로 인하여 유통회사들과 제조회사들 속에서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졌는데, 제가 본의 아니게 그 현장의 한 가운데 서게 되었던 것입니다. 

 

천 만장 거래를 하는 마스크 유통업자들과 큰거 한장 올려놓지 않으면 혹은 현금뭉치들을 인증하지 않으면 자재창고를 열지 않겠다는 공장대표들, 세금계산서 없이 수수료 현금100%이니 먼저 넣으라는 딜러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방역제품에 대한 가짜 물건 소위 짝퉁을 파는 업자들, 제가 쓴 계약서가 그들 사이에 국제표준계약서로 등극하고 돈 냄새를 맡은 기업들과 실적 냄새를 맡은 경찰들과 기자들, 어제 믿었던 동업자가 오늘 배신하고 내일 뒷통수를 치는 현장에서 제가 제일 많이 들은 법적 질문은 통화 녹음을 했으니 법적으로 처리 해달라는 것입니다. 

 

의뢰인들은 대부분 통화내용들을 제게 들려줍니다. 경영 및 법률 자문을 하시는 회사 대표님들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통화녹음 파일 하나 보내옵니다. 과연 이러한 통화녹음 파일은 효과가 있을까요?  

 

2.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을 하면 불법이라고요?

 

 녹취는 사람의 음성이 담겼기에 보다 정확하고 진실된 증거라고 생각하고, 그들의 증언에 더 귀 기울이게 됩니다. 요즘 스마트폰들은 통화 시 자동으로 녹취가 되기도 합니다. 사업하시는 분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실제 사건에 휘말리면 녹취만큼 든든한 것도 없으며,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통화녹음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녹취행위는 사건에 따라 방식과 방향이 다르며, 잘못 사용하실 경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와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미수범도 처벌하며 10년이하의 징역과 5년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드리기 위해 예외적인 사안들과 보호되는 사안들을 먼저 소개하자면, 상속관련 유언녹음 혹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기 위해 평상시의 진술한 사안들을 녹취하여 증거로 제출하는 것은 검인이라는 형식과 절차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엄격하게 적용이 됩니다. 

 

반대로 국가보안과 관련, 혹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알권리를 위한 기자들의 활용은 유연하게 허용해주고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8. 11 선고 2006고합177 판결; 보도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도 목적의 정당성, 법익의 균형성, 수단의 상당성 및 비례성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정당성, 상당성 그리고 비례성과 같이 모호하고 상대적인 법리해석 때문에 변호사가 밥벌이를 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예외적 사항 외에는 통신비밀보호법은 명쾌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8.10.23. 선고 2008도1237 골프장 운영업체의 녹취시스템에 대한 판결을 보면,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금지하고 있는 ‘전기통신의 감청’이란 전기통신에 대하여 그 당사자인 송신인과 수신인이 아닌 제3자가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자장치 등을 이용하여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기통신에 해당하는 전화통화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과의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위 법조에 정한 ‘감청’ 자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대법원 1997.3.28. 97도 240 사건에서도 피고인이 범행 후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오자 피해자가 증거를 수집하려고 그 전화내용을 녹음한 경우 그 녹음테이프가 피고인 모르게 녹음된 것이라 하여 이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판결처럼, 두 사람의 대화를 제 3자가 동의 없이 녹음을 했다면 명백한 불법으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동의 없이 그 대화내용을 한쪽 당사자가 몰래 녹음하는 건 현행법상 불법이 아닙니다. 

 

녹음 한 것을 가지고 협박을 한다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불법이 되겠지만, 단지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서 한 녹음이라면 불법이 아니며 법적 효력을 가집니다. 

 

물론 상대방이 동의하에 사건에 대한 요지가 언급되어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세상에 그러한 것을 동의해 줄 사람은 없겠지요. 그런데 재판을 하다보면 녹취의 증거가 증거 제출한 당사자에게 불리한 내용도 있습니다. 

 

이 경우 그 녹취문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면 녹음테이프 검증 없이 녹취문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 19995.25 99다1789판결)  


3. 녹취를 했다면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실무적으로 녹취가 법적으로 효력을 가지려면 녹취록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녹취록은 공인자격증을 가진 속기사가 녹음된 내용을 풀어 문서로 만들고 공증을 하는 것으로 속기사무소에 녹음 된 원본을 가지고 가서 의뢰를 하면 됩니다. 

 

비용은 일반 통화(5분~20분)의 경우 10만원 정도 합니다. 공증이라고 하니까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시는데, 공증된 속기사무소에서 하는 일련의 과정이 공증이 됩니다. 사법기관에 공증된 녹취록과 음성이 담긴 CD를 제출하게 되면 증거로서 소위 ”빼박 증거“가 됩니다. 

 

물론 이러한 ”빼박 증거“를 활용하는 것은 변호사의 실무능력입니다. 왜냐하면 재판장의 판단에 의해 증거력이 인정되는데요, 판사는 '증 몇 호에 의거 *** 부분이 판단이 되고, 증 몇 호에 의거 *** 확인된다.' 등으로 증거들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변호사들은 최대한 증거를 많이 제출하기 위해 의뢰인에게 녹취를 강요합니다. 이 부분에서 많이 활용하는 부분은 문서 없는 계약의 손해배상사건(채권추심)과 치정(자백)과 관련된 가사사건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이라면 계약 외에, 해고무효확인소송 등에서도 활용됩니다. 반대로 이러한 녹취행위들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21962 판결)

 

4. 녹취를 상대방이 걸어온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웃자고 하는 소리인데, 개그프로그램에서 희화하는 충청지방의 에둘러 말하는 말투가 녹취를 피해가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말들은 아끼시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자극하면 선을 넘는 말들이 쏟아집니다. 그때는 상대방은 주먹을 불끈쥐고 웃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세요. 따라서 상대방의 녹취를 피해가려면 말을 아끼시던가 중요한 내용은 은어로 말씀하셔야 합니다. 

 

대표적인 은어가 오른손 왼손(무자료; 세금계산서 미발행)입니다. 설사 실수를 하시더라도 저는 제 의뢰인에게 그 진의를 부정토록 하였습니다. 진의아닌 의사표시(민법 107조)를 활용했지요. 

 

표의자가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를 스스로 알면서 하는 의사표시를 말하며, 비진의표시라고도 합니다. 사교적인 명백한 농담이나 상대방도 아닐 수 있다는 의심있는 말 등은 법률관계의 발생을 원하는 의사표시가 없음이 명백하므로 비진의 의사표시의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물론 이 또한 변호사의 능력에 달려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최고 법률사무소인 K를 상대로 녹취의 효력을 부정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상황에서의 발언은 현재의 결과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공교롭게도 국내 최고 기업인 S를 상대로 미국법정에서 소송을 할 때는 증거 인정받기 힘들 수 있는 녹취를 제출했고, 당연히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였지만 배심원들에게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사안에 대한 증거로는 인정받지 못하였지만, 다른 사안에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녹취를 활용하는 것은 변호사의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참고로 아비규환의 현장에 있다보니 말 못할 해프닝으로 탁자위에 생전 처음 본 돈뭉치들이 산처럼 쌓여있고 옆에 손도끼가 올려져 있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작성한 각서나 계약서는 인감날인과 인감증명서가 있더라도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불법적인 현장은 모두 경찰과 기획하여 정보를 넘겼습니다. 아무리 돈이 좋더라도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 있는 것입니다.     


의뢰인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면, ”변호사님, 제가 통화 녹취했는데 이거 증거자료로 고소하거나 돈 받을 수 있죠?“ 이 글을 읽기 전이라면 ”네 됩니다.” 하지만 정답은 “만나서 얘기하지요”, 혹은 “글쎄요, 그럴 수 도 있지요.”라고 말씀하셔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현명하게 대처하시기 바라며 문제가 생기더라도 능력있는 변호사와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 정준영 대표 변호사(US)<BLISS BUSINESS AT LAW CONSULTING 대표이사>

 

정준영 변호사.jpg




[한인섭 기자 his3325@daum.net]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인터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