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의 미학, 골든 브릿지를 잡아라

기사입력 2020.07.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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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회사를 키워 나갔던 지난 삶을 돌아봤을 때 운이 70%였고 그중 대부분이 타이밍이었다. 

 

우리가 겪는 소송도 마찬가지이다. 기업간이든, 개인간이든 언제나 사건이 발생하고 손해가 발생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내용증명이 오고 가며, 결국 소장으로 발전되게 된다. 그때 업계 은어로는 의뢰인에게는 헬 게이트가 열렸다고 표현하며 대리인들에게는 꽃놀이패가 시작됐다고 저급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소송으로 가기 전에 갈등 분쟁이 종식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례이겠으나, 서로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당사자들끼리의 협상은 잘 안된다. 그래서 중재보다는 자유롭고, 협상보다는 합의점에 도달하기 쉬운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조정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소송보다는 조정, 중재 절차가 더 활발할 정도로 조정제도가 국제적 법률문화에 이미 뿌리를 잡은 절차이며 제도이다.


벼락치기 판결과 영미법의 당위성


우리나라는 대륙법 체계이지만, 나라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게 되면 영미법에 의한 적용을 받는다. 또한 국가간 장벽이 낮아지고 이미 IMF를 통과하면서 국내법의 실정도 영미법 체계에 맞춰져 가고 있다. 

 

특히 법정에서의 판단은 서면주의이기 때문에 아무리 변호인이 맛깔나게 변론을 해도 소송에 끼치는 영향은 제출된 서면보다 못하다. 왜냐면 과중한 업무량에 의해 판사들은 ‘벼락치기’를 해서 판결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는 영미법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외국영화에서 보던 변호인의 모습은 영미법 즉, 변론주의에 의한 것이다. 이는 법률가를 양성하는 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고, 변호사들은 서면 혹은 변론 위주의 교육을 받게 된다. 이는 창의적 해결방법을 요하는 협상의 기술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된다. 물론 법률 자문체계보다 착수금이라는 시스템적인 문제도 있다.


민사조정법 제1조에 따르면 민사조정이란 민사에 관한 분쟁을 당사자 사이의 상호 양해를 통해 조리를 바탕으로 실정에 맞게 해결하는 간소한 절차를 뜻한다고 굉장히 포괄적이고 애매하게 표현되어 있다. 설명하자면, 조정제도란 양측의 합의를 바탕으로 화해를 이끌어내 판결과 같은 효과를 내는 절차이다. 

 

거부권이 있는 조정은 조정위원이라는 법률전문가를 통하여 양 당사자간 원만한 화해와 타협을 이뤄내는 방법이다. 이와 반대로 중재제도는 제3자인 중재인을 선임하고 양 당사자는 중재인에게 분쟁에 대한 판단과 구속력 있는 판결을 맡긴다.


협상은 조정, 중재와 달리 제3자가 개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양당사자끼리 원만한 합의와 화해에 도달하는 절차를 협상이라 부른다. 즉, 정리하자면, 협상, 조정, 중재순으로 더 공식도와 구속력이 올라간다고 이해할 수 있다.


협상, 조정, 중재라는 골든브릿지 효과와 케이스


협상, 조정, 중재와 같은 시스템을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소송대비 효율적으로 아낄 수 있다.



Interpol_Negotiation.jpg


최근 참여한 조정에서는 그 자리에서 돈이 오가며 종결된 경우도 있다. 복잡한 법리의 싸움을 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조정위원으로 참석하여 바로 본 관점은 잘잘못이 아니라 서로의 금전적 손해 및 이해관계를 51:49 정도로 윈윈된 관계로 끝낸 적도 있다. 이러한 숫자 싸움에서는 서로의 가정사까지 이용할 정도로 입체적이고 창의적으로 조정을 했던 경우이다. 따라서 어려웠지만 효과는 상당이 좋았다.


골든타임을 잡는다는 것은 소송으로 소모되는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으며 6개월에서 2년까지 길어지는 소송을 몇 달 사이에 끝내줄 수 있기 때문에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 이 측면은 기업의,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요소로도 가능할 수 있다.


특히 지적재산권에 대한 특허분쟁이나 경영권 및 재산에 대한 기업의 소송에서 효과적이다.


특허 관련 소송들은 기술력이 올라가고 제품의 생애주기가 매우 짧아지기 때문에 소송이 끝나면 해당 제품과 특허는 이미 시장성과 사업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며 매우 소모적이며 실익이 없는 일로 변질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므로 일단 베끼고 보자는 악덕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최근에 담당했던 중소기업인 S사와 대기업 L사이의 사건을 안좋은 케이스로 보면, 이 특허분쟁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 대표적인 특허 분쟁 사건으로 15년동안 지속된 분쟁이며 10여 차례에 걸친 심판과 소송은 중소기업인 S사에 큰 타격을 주었다.


오랫동안 소송에 집중하다 보면 자금력과 인프라가 약한 중소기업은 큰 타격을 받는다. 소송으로 인해 생산제품 판매가 정지될 수도 있고 특허가 무효로 판명된다면 이에 따른 여파는 더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길고 복잡한 민사소송은 소모적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책을 가져오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소송이 대법 판결 이후 우리에게 초법적 해결을 요구가 있었고, S사의 기술과 다른 중소기업의 플랫폼, 그리고 그것을 샌드박스로 적용할 지자체를 섭외하여 L사에 통상실시권에 대한 이익과 대외적인 명예를 제시하였다.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가졌던 사건이었는데 이 사건은 우리의 노력과 국회의원, 장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허무하게 무너졌다. 바로 S사 오너가 거래조정에 나설 기술 일부를 VC의 투자와 타 기업이 조인하면서 100%지분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헬게이트가 15년간 열렸다면 S사 오너의 비정상적인 행동도 이해가 간다.


작년에 끝난 1조2천억 배상판결을 받아낸 사건을 예로 들면 더욱 극명하다. 국내 선두그룹인 S사는 반도체 소송에서 협상카드를 매우 보수적으로 들고 나왔다.


또한 초법적인 행위로 중소기업을 압박해 왔다. 의뢰인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왔고 얼마 안되는 돈에 협상하기를 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의뢰인을 설득하여 미국소송에서 1조2천억까지 배상판결을 받았다. 여기에서 소송에 대한 종합예술적인 기술들이 들어가기도 하였지만, 이미 S사 입장에서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었다. 

 

금액은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소송비용이 천문학적 액수인데, 배상판결은 더 천문학적 액수였다. 협상과 조정을 진행하면서 세계적인 로펌들을 우리측에 고용할 수 없도록 계속 방해 고용한 것은 S사의 악수였다.


반대로 세계적인 그룹 A사와 T사는 반대 행보를 보여왔다. 양쪽에서 적극 협상에 나선 것이었다. 그리고 극적으로 소장이 제출되기 전 타결을 이끌어 냈으며 동시에 국내, 미국, 일본, 대만에서 진행되던 소송 5개가 당일 취하됐었다.


우리는 이 3차례 협상과 조정에서 법리와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았다. 피아노도 치며, 아이들 얘기도 하고, A측 CLO(법률담당?)에게 각자의 비즈니스에 집중하자고 제시하였을 뿐이다. 그때 제일 많이 말했던 단어는 Good Faith(선의)와 골든 브릿지였다.


여기서 A사는 S사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가져갔으며 우리 의뢰인도 S사에 집중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며 전장을 좁혀갈 수 있었다. 이처럼 협상과 조정은 잘만 이용하면 어마어마한 경제적 이익과 나아가 회사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이다.


골든브릿지의 미학


소송이 너무나 많고 해결하는데 힘이 부치는 국내 현실에선 악순환만 계속된다. 공교롭게도 위에서 소개한 케이스는 하나는 국내에 있는 최고의 기업이고 하나는 미국에 있는 세계 제일의 기업이다.


접근 방식이 달랐던 점이 안타까운데, A사가 관대해서 그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한테 처음 A사 CLO가 보내왔던 편지를 우리는 잊지 못한다. 협상, 조정을 제안한 A사는 S사 보다 협상과 조정에 대한 이해가 더 깊었다는 생각뿐이다.


일본에서의 협상부터는 국내 제일의 로펌 K도 참여를 시키지 않고 직접 CLO가 나섰다. 이러한 점을 국내 기업과 소송 당사자들은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3심까지 변호사를 수임할 필요가 없고 비용을 절감하며. 당연히 법률절차가 상대적으로 덜 필요하기에 그에 따르는 비용도 자연적으로 절감할 수 있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으며 소모되는 비용도 소송에 비하면 훨씬 더 적다.


또한, 조정절차에서는 청구취지에 대한 별다른 제한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양 당사자에게 더 광범위하게 서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하여 화해와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공개적인 소송과는 달리, 조정은 비공개로 이뤄지기에 기밀이나 사적인 정보가 밖으로 유출될 우려도 없으며 분쟁 분야에서의 전문가가 조정위원으로 있기에 단순한 화해를 넘어서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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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공정거래조정원 (2019 상반기 기준)

                                                                              


2019년 상반기 기준, 불공정거래 행위로 벌어진 분쟁조정이 총 1479 접수되었고 1372건이 처리되었다. 그리고 피해구제액이 약 666억으로 예상된다. 이는 조정금액 614억원에 절약된 소송비용 52억원을 더한 금액으로 2018년 (489억원)에 비해 36%으로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장점들을 종합해보았을 때, 소송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는 협상, 조정과 중재라는 선진국형 시스템을 택해보는 것을 권유해 본다. 또한 골든 브릿지를 만들어 소송 등으로 무너진 분쟁을 재건축 할 수 있으며, 예기치 못한 분쟁에 대한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업계 사람들끼리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완화시킬 수 있는 백신과 같은 자문을 구하시기를 권유한다.

 

- 정준영 대표 변호사(US)<BLISS BUSINESS AT LAW CONSULTING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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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섭 기자 his332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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